- 창간 9주년 특집 인터뷰-정영호 투어티티엘 대표
본지 창간 9주년 특집 인터뷰 두번째 순서다.
(주)투어티티엘(투어티티엘) 정영호 대표에게 TTL의 의미를 물으니 ‘T’의 의미를 또 다른 의미로 짐작해도 좋다고 한다. 바로 'Treasure' (보물)이다.
‘Time to Live’(TTL)는 컴퓨터나 네트워크에서 데이터의 유효 기간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이 의미가 여행쪽으로 오면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Travel is Treasure of Life'(TTL)가 된다. 우리의 삶이 여행임을 또는 여행이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분임을 자인하는 명확한 표현이다.
‘T’가 여행이든 보물이든 상관없다. 어차피 인생은 여행이고 여행은 보물같은 감동이니까.
대양주 랜드사인 투어티티엘은 올해 28년째를 맞았다. 곧 30년이다. 수많은 부침(浮沈) 속에서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버텨온 것만으로 투어티티엘의 체력은 입증 된 거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물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정영호 투어티티엘 대표 |
▶랜드사인데 역사가 깊다
설립은 1996년 1월로 기억한다. 법인 전환은 2004년으로 처음부터 호주와 뉴질랜드(호/뉴) 시장에만 집중했다. ‘투어티티엘’ 상호도 직접 지었다.
▶다른 지역도 많다. 호/뉴 시장만 하는 이유가 있나?
솔직히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됐다. 일본에서 공부하던 시절 개인적인 이유로 호/뉴를 알게 되고 방문하게 됐는데 이곳이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는 푸념과 희망, 의욕 같은 것들이 생겼다. 많은 수의 아웃바운드 여행사 또는 랜드사를 운영하는 대표들도 개인적인 우연함 같은 것들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때 ‘피지’도 했었는데 항공공급이 사라지고 이에 따른 수요가 줄어들어 지금은 오로지 호/뉴에만 집중하고 있다.
▶곧 30년이다. 어떤가?
버텨온 게 자랑스럽고 또한 거래처들에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업(業)은 여행상품이 경쟁력이자 먹고사는 도구다. 하지만 상품 특허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라이센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노하우가 쌓였다 해서 이른바 '장인'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오래했다고 상품가격을 싸게 해 줄 수도 없고 어려운 업(業)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동안 외부 리스크를 다 겪어내고 코로나 팬데믹까지 지나고 나니 이 자체만으로 인정받고 있다. 갑자기 사라질 업체는 아닐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신뢰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특이한 지역도 아니고 어쩌면 매우 평범한 지역 호/뉴다. 차별화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고객 입장에서 그냥 보면 모른다. 예를 들어 처음 호주 여행하는 단체객이 있다고 하자.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나오는 반찬과 메뉴가 좋은 건지 아닌지 구별은 쉽지 않다. 먼저 직관적으로 한국과 비교하게 된다. 그러면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타 업체 고객과 비교가 확인되는 순간 차별화는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투어티티엘의 강점은 이런 것이다.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고객들은 알 수 있으며 알게 된다.
▲대양주 랜드사인 투어티티엘은 올해 28년째를 맞았다. 곧 30년이다. |
▶주거래 업체는?
예전에는 대형사 위주로 대부분의 업무가 진행됐다. 지금은 전국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뛰고 있는 일반 여행사들의 인센티브 단체가 주 영역이다. 간혹 가족 레저객도 있으며 신혼여행객이나 7~8명 단위의 소그룹도 있다.
▶최근 주력상품은?
호주의 경우 5월 봄에는 비비드 축제, 가을 즈음에는 고래 크루즈상품, 오페라 공연 상품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품을 직접 체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호주’라는 여행지에는 이런 여행 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포커스를 맞춰서 알리고 있다. 이렇게 여행사에서 판매할 명분과 구실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호/뉴 시장은 허니문도 강하다. 허니문 수요는 어떤가?
예전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한 주에 60커플 이상 행사를 했었지만 최근에는(특히 코로나 이후) 1년에 10커플 정도가 평균이다.
▶큰 틀에서 랜드사의 어려움 점과 전망은?
OTA 영향이 크다. 랜드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거래처인 여행사는 갈수록 힘들 것이다. 결국 요금이다. 현지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떤 편의가 있고 어떤 고생을 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고객은 결국 요금이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우리 가족조차 알아서 호주 여행을 가면서 항공, 호텔 등의 예약은 본인이 하고 나에게 확인만 받는다. 잘한 예약인지 아닌지...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빈부의 양극화는 아니고 여행 방법에 대한 나뉨이다. 편한 여행을 찾는 사람은 여행사를 찾을 것이고 반대인 사람은 각자 알아서 여행을 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점점 양극화 된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젊은 세대도 나이가 들면 편한 여행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골프 여행을 각자 알아서 예약하고 현지 공항에 도착 후, 골프장 숙소까지 이동 비용이 여행사 통한 비용보다 비싸게 나왔다. 이런 점을 업계는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여행은 '삶에서의 소중한 보물같은 것'이다. " |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한 곳씩 추천한다면?
호주는 모든 게 가능하다. 호주는 사실 '시드니'다. ‘멜번’도 있고 다른 좋은 곳도 있지만 호주는 시드니를 제외하곤 설명하기 힘들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울룰루’를 가장 좋아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는 곳 바로 그 세상의 중심이자 호주의 상징 '울룰루'다. 그곳에서 아무 생각없이 현지인과 야영을 하면서 지내고 싶다. 어릴 적 MT갔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뉴질랜드는 캐나다 록키의 풍경, 스위스의 알프스 풍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피오르드 풍경, 저 푸른 초원과 양떼들의 그림같은 집 풍경 등 모든 것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인 여행지다. 개인적으로는 ‘퀸스타운’을 가장 좋아한다.
▶현재 항공편 충분하다고 보나?
나름대로 충분하다고 본다. 더 늘어나도 좋겠지만 시장에 원하는 것은 항공편 오픈 범위를 넓혀 일반 여행사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여행사의 경우 블록으로 좌석을 받아놨으니 무조건 팔아야 하지 않나? 그러니 특정 저가상품에 대한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분명 다른 수요가 있는데 좌석을 묶어 놓으니 다른 업체는 사용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부산 사무소도 있다고 들었다. 어떤 기능을 하나?
부산 오피스에서는 호주, 뉴질랜드와 기타 지역의 허니문 상품도 운용한다. 모리셔스, 몰디브, 칸쿤 등이다. 아쉽지만 지금은 호/뉴 지역 외에는 이름만 같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좋은랜드 연합’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리'로 2015년부터 가입돼 있다. 벌써 10년째다. ‘좋은랜드 연합’은 랜드 연합 중 가장 먼저생긴 가장 오래된 연합이다. 현재 10여개 사가 소속돼 있으며 자체 사무실에 함께 모여 있다. 겹치는 지역을 절대 가입 받지 않고 있어 각 사별 신뢰가 높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일’이라는 답변은 거부한다.
나에게 여행은 '삶에서의 소중한 보물같은 것'이다. 그리고 잊은 것이 있다. 트래블데일리의 창간 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