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117
ad116
ad92
ad98
ad103
ad102
ad118
ad120
ad119
ad112

[데스크 칼럼]-라면과 여행

기사승인 2024.08.04  21:07:47

공유
ad54
ad34
ad35
ad40
ad53
ad51
ad39

한국인에게 라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서민의 상징이며 추억이다. 때론 건강치 못한 음식으로 치부당하기도 하지만 라면보다는 사람의 또 다른 식습관, 부지런하지 못한 게으름이 동반된 라면 섭취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라면은 편한 음식이며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다. 

조리방법은 어느 요리보다 간단하지만 미세한 물량의 차이로 맛은 천차만별이 된다. 
조리법 그대로만 물을 사용하면 좋은데 세상에 태어나 대략 100번 이상 라면을 끓여 먹은 이들은 누구나 ‘라면 박사’인 듯 눈짐작으로 물량을 조절한다. 자만이다. 그러면 망치는 거다. 

실패의 대부분은 물이 많아 망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싱거운 맛이 된다. 
라면은 짜야 맛있다. 라면 특유의 짠맛, 조미료 맛으로 먹는 게 라면이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80~90년대 학생들에게 라면은 1일 1식이 기본이며 먹성 넘치는 남학생들의 경우 1인 3~4개는 기본이었다. 

전설적인 이야기도 많다. 친구 4명이서 라면 30개 정도 끓여먹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라면 4개를 불리고 불려 6명이 배부르게 나눠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대판 ‘오병이어’다. 

워낙 싸고 흔하니 서민의 상징이 됐으며 때론 가난의 상징도 됐다. 

항간에 부자들은 라면을 일생에 몇 번 먹어보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다. 라면을 만드는 사람은 부자인데 말이다. 

일본에도 라면은 있다. ‘라멘’이다. 근데 이건 건강식이다. 된장 베이스의 국물 또는 돼지고기 육수의 국물이 기본이다. 고기 덩어리도 얹는다. 한국의 라면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군대에서 라면을 먹은 이야기는 별도다. 끓여먹는 라면도 아니고 컵라면도 아닌 ‘봉지라면’의 추억은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라면은 현재 진행형이다. 
해외여행에서 라면은 순식간에 한국식당으로 변하는 ‘타임머신’이다. 요즘에는 한류 영향으로 세계 어딜가나 한국 라면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건 그거고, 커다란 짐가방에 라면 한 두 개는 기본이다. 한국의 라면을 아는 한국 사람들은 왠만하면 현지에서 그 돈 주고 라면 사먹지 않는다. 직접 싸가야 맛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 시간 호텔방으로 들어와 뜨거운 물 부어 먹는 컵라면의 맛은 굳이 경험하지 않고 상상만 해도 그 맛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라면의 맛은 강하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으로,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먹는 라면맛은 흔한 표현으로 “고향의 맛”이다. 

대한항공이 일반석에서 공급해 오던 라면 기내식 서비스를 중지한단다.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난기류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다. 

서민의 음식인데 기존 비즈니스 클래스에서의 서비스는 지속될 모양이다. 
기억이 맞다면 대한항공이 항공사 최초로 라면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최근까지 LCC들이 앞다퉈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같은 이유로 점차 없애거나 줄여나가고 있다. 

항공사를 가리지 않고 처음에는 물조차 마실 생각 없던, 피곤에 찌든 승객조차 누군가 기내에서 첫 주문을 하면 면발이 익어가는 냄새로 인해 옆 사람 옆 사람 그리고 또 옆 사람에게 이어지면서 결국 기내 절반 이상의 승객들이 라면을 주문했다는 일화도 있다. 

대한항공 측은 라면을 없애는 대신 더 다양한 메뉴로 서비스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라면을 대신할 만큼 한국인의 'SOUL'을 만족시키려면 도대체 몇 가지 다양한 메뉴가 필요할까? 족히 100여 가지는 돼야 하지 않을까?

안전상의 이유로 폐지 결정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막상 사라진다고 하니 그렇게 섭섭할 수 가 없다. 집에서도 매일 먹을 수 있음에도 말이다. 

때론 여행 중 안전과 환경상의 이유가 우리의 ‘여행낭만’을 잠식해 가는 것 같아 재미가 없어진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저작권자 © 트래블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