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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섬 여행! 잃어버린 낭만을 찾아서

기사승인 2024.06.09  20: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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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하 경북권 질병대응센터장

붉은색 철로 위에 새카맣게 엎드린 열차들은 물빛 시선을 남쪽으로 향한 채 고요하다. 용산역 새벽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여행객의 마음은 속절없이 바쁘기만 하다. 빗물에 젖어가는 비둘기들의 날갯짓 역시 부산하다. 
이 빗속에 새들은 다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우리네 마음에 비가 내리면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얼마 전 홍도, 흑산도에 1박 2일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왕복열차와 선박, 1박 3식 그리고 유람선 비용까지 일체 포함해서 1인당 33만 9000원의 KTX 상품을 이용했는데 기차여행의 낭만과 섬 관광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패키지여행 특유의 빡빡한 일정이 아쉬웠지만 기차와 배를 이용한 여정은 여전히 낭만적이었다.

기차 소리에는 도시인의 집착을 슬쩍 풀어주는 기운이 있다. 오롯이 살아남겠다는 마음으로 버티어 왔던 울분이 잠시 풀리며 나른해진다. 거침없이 주행하는 차창 속 내 모습이 새롭게 느껴진다. 
차창 밖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수많은 과거의 기억들이 함께 포개져 아우성친다. 기차는 거세진 빗줄기에 놀라 속도를 내다가도 일순간 흔들리며 호남평야를 만난다. 맞은편 상행선이 모든 빗방울의 허리를 자르고 잠든 열차의 몸을 깨운다. 

먼빛 숲속 매복했던 초록빛 아침이 너풀거린다. 바람의 속도를 헤아리며 대지를 건너는 바퀴소리들이 유장하다. 산과 들판이며 빗물 머금은 전신주까지 모든 기억이 풍경이 된다. 차창 위 거침없이 산화하던 빗방울들이 스스로 가벼워질 때쯤 열차는 종착역에 도착한다. 나는 항구도시 목포와 함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차분한 남쪽 바다가 되고 만다.   

여객선 터미널로 들어오는 검고 붉은 배의 꼬리 끝에 매달린 힘찬 물보라가 생각난다. 쾌속선에서 지나치는 비금도는 저물어가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흑두루미의 젖은 눈동자 같은 물빛이었다. 

섬과 섬 사이에는 모진 세월 견디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안개의 표정들이 살아 있다. 2시간 넘는  항해 끝에 홍도의 노을빛 바다와 흑산의 검은 파도를 만날 수 있다. 건어물 파는 아낙네의 걸쭉한 사투리와 선착장 가득 비릿한 갯내가 정겹다. 섬 구석구석을 트래킹으로 돌아볼 수도 있고 홍도 10경 유람선 투어와 흑산도 일주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물살이 올라 튼실한 홍어회 한 점에 흑산도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며 시뻘겋게 물들어가는 저녁노을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 홍도와 흑산도의 행정소재지는 천사 섬(1004개의 섬)으로 유명한 전남 신안군이다. 사실 한국에서 섬이 가장 많은 곳은 전라남도이다. 대한민국 섬의 60%가 전라남도에 있다. 

최근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남에는 모두 1951개의 섬이 있고 그 중 유인도가 278개, 무인도는 1673개라고 한다. 전남은 섬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그야말로 섬의 나라인 것이다. 전라남도에서는 그동안 섬과 바다라는 특유의 천혜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광자원을 개발하려고 노력해 왔다. 

보라색이라는 매력적인 브랜딩에 성공한 신안 퍼플섬,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 여수 가거도 출렁다리 등 유명한 관광자원을 확보해 왔다. 이미 국내여행의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흑산도에는 총사업비 1835억 원을 투입해서 울릉도 공항과 비슷한 규모인 활주로 길이 1200m, 폭 30m 공항이 건설될 예정이다.

최근 전라남도에서는 현재의 ‘가고 싶은 섬’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해서 섬 여행 전문 플랫폼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16개의 섬을 4개의 테마로 나누어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섬마다 가진 특유의 매력을 문화와 예술로 접목시켜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섬에는 여수 낭도, 고흥 연흥도, 강진 가우도, 신안 퍼플섬 등이 소개되어 있고 갯벌과 함께 하는 섬에는 보성 장도, 무안 탄도, 신안 기점·소악도를,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완도 생일도·소안도, 진도 관매도·대마도를, 느리게 여행하는 섬에는 여수 손죽도, 완도 여서도, 영광 안마도 등을 각각 소개하고 있다. 섬 여행을 통해서 잃어버린 낭만과 기억을 찾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진 나로서는 매우 반갑고 소중한 노력이다.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각 지자체에서 저마다 갖고 있는 관광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관광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역관광의 브랜딩화, 관계기관 간의 거버닝과 파트너십, 환경보호와 수익창출 등 다양한 관광이슈를 앞에 두고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이다. 

낭만에 진심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섬 관광 개발에 있어 의견이 있다면 조금 느리더라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체류형 관광모델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 
물론‘지역상생’이라는 대원칙을 가지고 섬 관광이 지역 소멸이나 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인천공항에서 흑산도나 울릉도를 한 시간 안에 도착하는 것이 과연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경제성과 타당성 있는 관광모델을 꼼꼼히 설계할 시점이다. 섬은 육지와 떨어져 있을 때 섬이다.   

◆박종하 경북권 질병대응센터장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프랑스 그르노블2대학 석사(DESS, 보건경제학)
-질병관리청 운영지원과장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사회보장조정과장
 flukepark@daum.net

박종하  flukepark@daum.net

박종하 flukepar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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