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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공감과 치유, 동반자 여행

기사승인 2023.05.14  20: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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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하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평생 갈등과 속앓이를 반복하던 두 모자가 함께 한라산에 오르면서 화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눈은 하얗게 쌓여가고 그 고요한 정적 속에서 두 사람은 여태껏 숨겨온 결함과 모호함을 털어내며 참아 왔던 눈물을 쏟았다. 

극중에서 아들 역할이었던 이병헌은 다리가 아파서 못 올라가지만 백록담은 보고 싶다는 어머니를 위해서 혼자 올라가서 사진이라도 찍어서 어머니에게 보여주려고 시도했었다. 여행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인상 깊은 장면으로 기억된다. 오래전에는 정상에 올라가지 못하는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해 한라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환경단체와 충돌한 적도 있었다. 
사실 어느 한쪽도 틀린 말은 아니어서 슬기로운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여행은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니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외 각국에서는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한 표준을 갖추고 있다. 미국에는 접근성에 대한 여행객의 질문에 답을 하도록 도와주는 웹싸이트도 개설되어 있다. 장애의 유형에 따라 접근성을 보장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여행설계와 컨설팅을 해주는 것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여행과 관광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2017년 9월에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장애인 관광 차별 금지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었고 장애인의 관광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동에 제약이 있거나 시력이나 청력 손상, 인지 장애가 있는 여행자들은 뭔가 특별한 주의와 서비스의 조정을 통해 섬세한 여행을 설계해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애가 있는 여행객을 위해서는 여행 전에 몇 가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다. 첫 번째 특수여행사 또는 여행사와의 자문을 통해 개별 맞춤형으로 여행일정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해외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사전에 철저하게 상담해야 한다. 세 번째 여행기간 중 필요한 숙박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에 동선을 계획해야 한다. 장애인의 여행에 있어서는 여행자원, 시설, 서비스 및 정보의 접근성에 대해 제약사항이 있는 지 사전에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 것이 기본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동지원수단, 숙박시설 등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요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고령자나 장애인 여행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여행사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베리어프리관광을 담당하는 비영리기구를 설립해서 지역관광살리기와 장애여행을 연계해서 추진해 왔으며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유니버설투어리즘데스크’라는 민간기업을 통해서 고령자와 장애인을 타킷으로 한 패키지여행과 맞춤형 여행을 기획하고 활성화되는 추세에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여행사를 중심으로 해외보다는 국내 위주로 개별맞춤형 여행이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한국관광공사에서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이트에 ‘무장애여행“ 섹션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통합문화이용권 지급하는 등 장애인 관광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이 다각적으로 진행되고는 있다. 
하지만 여행사의 수익창출구조, 장애에 대한 인식, 여행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것도 현실이다. 무엇보다 국내 장애인 여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시점에서 장애인 여행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인프라를 조사․ 분석해서 제도적 개선방안을 함께 고민해 나가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할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지속가능한 복지제도 중의 하나로 부상되고 있는 지역사회통합돌봄서비스(커뮤니티 케어)라는 게 있다. 통합돌봄은 시설에서 재가로,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돌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사업인데 노인, 아동, 장애인 등 다양한 커뮤니티 구성원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소통과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한다. 
이에 착안해서 이용자 중심의 여행 패키지를 개발한다고 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서로 간의 공감을 토대로 진행되는 동반자 여행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앞만 본다고 하면 비장애인 패키지여행으로 돈 벌기도 힘든데 장애인 여행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게 즉답이 될 수 있겠지만 좀 더 멀리 본다면 사회적 가치가 날로 중요시되는 현대사회에서 배리어프리를 모토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패키지 상품은 각광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와 함께 있으면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해” 
영화 ‘언터쳐블(UNTOUCHABLE ; 1%의 우정)’의 명대사처럼 현실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감하며 치유해 나가는 동반자 여행패키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박종하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프랑스 그르노블2대학 석사(DESS, 보건경제학)
-질병관리청 운영지원과장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사회보장조정과장
 

박종하 flukepar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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