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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여행자를 사랑하는 질병

기사승인 2023.03.20  06: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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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하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유독 예술가를 사랑하는 질병이 있었다. 폐결핵이다. 
시인 이상과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모두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창백하고 파리한 예술가들의 자화상을 연상시키는 질병이다. 

그렇다면 여행자를 사랑하는 질병은 무엇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여행자에게는 사고로 인한 손상과 감염병이 주요 위협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병원 밖에서 급성심장정지로 숨진 사람은 3만 3235명이나 되었다. 2023년 3월 16일 0시 기준 국내에서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의 숫자는 3067만 명이며 이중 누적 사망자는 3만 4148명이다. 해외에서 유입되어온 감염병으로 인한 죽음의 무게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할 때 특히 해외여행을 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것들은 사실 안전과 건강이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니다.

일반적으로 여행 중 수없이 강조해도 과하지 않을 몇 가지 건강 수칙이 있다. 물은 포장된 생수나 탄산수를 마시고 완전히 익힌 음식을 먹어야 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동물과 접촉하지 말아야 하는 등 귀찮아서 여행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챙길 것이 많긴 하다. 

하지만 나라마다 의료제도가 상이하고 그 수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1차적인 개인 건강 수칙의 준수는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여행 도중에 고열이나 설사, 구토 등의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반드시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은 증상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진료를 받지 않으면 그 예후가 나빠질 수 있으니 유념할 일이다.  

해외여행 중에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방문국가의 감염병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병관리청 해외감염병 NOW에 접속해 국가별 감염병 예방정보와 예방접종 등을 검색하면 된다. 

예를 들어 중남미국가와 아프리카를 방문시 황열접종은 필수적이다. 국가에 따라 말라리아 예방약, 장티프스, 파상풍 등의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물론 MERS, EBOLA, 뎅기열과 같이 예방백신 및 예방약이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귀국 시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공항에서 즉시 검역관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그 외에도 여행자가 조심해야 할 질병은 다양하다. 장시간 좁고 불편한 비행기 좌석을 타면 발생하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창가보다 복도 쪽 자리에 앉고 탑승 전에 아스피린 1알을 먹고 의료용 압각스타킹을 착용하고 1시간에 한 번씩 통로에 나와 걷는 것을 권장한다. 

경도를 통과하는 비행으로 하루 주기 리듬이 교란되어 발생하는 ‘비행시차 증후군’은 되도록 식사나 수면을 비행 중 만나는 새로운 시간대에 맞추어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요한 비즈니스 일정이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정해진 시간보다 며칠이라도 일찍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행자의 사망이나 손상의 가장 큰 요인인 교통사고와 고도가 높은 곳을 여행할 때 나타나는 고산병까지 여행은 질병과 함께 한다고 할 정도이다.

그러면 해외여행에 있어서 개인의 책임과 신고의무만 부과하고 있을까? 그건 아니다. 건강한 국민은 바로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가 역시 여행자에 대한 건강과 안전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국가에 있어서 여행자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관련된 신종 감염병을 추적할 때 가장 중요한 인구집단이라 할 것이다. 여행자는 장소를 빠르게 이동하며 각종 감염병에 걸리고 이를 또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 각국에서 해외여행자를 통해 유입될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변종을 식별하고 추적하기 위해 다양한 감시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9개 주요 국제공항에서 TGS(Traveler Genomic Surveillance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각국 여행자를 대상으로 랜덤으로 간이테스트를 하고 양성일 경우에 실험실에서 PCR 검사를 해서 그 변이를 분석하고 병원체를 조기 탐지할 수 있는 감시기반이다. 나아가 공항 화장실에서 하수검사를 실시하여 인체검사 없이 병원체를 감시하는 기법도 활용중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하수기반 역학조사가 활성화되고 있다. 공항과 항만에서 하수검사를 통해 감염병 전파를 추적하고 있다. 어쩌면 이제 곧 여행자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여행자와 함께 여행을 온 바이러스의 정체를 찾아낼 수는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박종하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프랑스 그르노블2대학 석사(DESS, 보건경제학)
-질병관리청 운영지원과장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사회보장조정과장
 flukepark@daum.net

박종하 flukepar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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