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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기사승인 2023.03.12  17: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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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여행이 인기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한국인의 동남아 사랑은 뜨거웠지만 장거리 여행 목적지가 비싸지면서 동남아로 향하는 여행객은 이전 수준을 훌쩍 뛰어 넘고 있다. 
패턴도 변하고 있다. 일주일 이상 장기 일정이 늘어나면서 전문가 수준의 여행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쉬운 점도 많다. 은근히 현지인을 무시하는 일부 한국 여행자들의 태도, 필요 이상의 가격 흥정, 무작정 반말은 물론 근거없는 우월주의로 천박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동남아. 
그럴만한 곳이 아니다. 몰라서 그렇지 알고 보면 우리의 과거사와 전혀 다를 게 없다. 
동남아 지역의 역사에는 관심이 없는 것은 물론 공부도 안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정말 재미있는 곳이다. 공부하자. 재미있게. 방법은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1980년대 삼성맨으로 싱가포르를 주재원으로 상주하면서 당시 동남아 국가 일대를 휘젓고 다닌 신일용 작가가 그의 세 번째 만화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네 번째 작품도 준비 중이다. 보통 만화 역사책하면 그림 따로 글 따로다. 
하지만 신 작가는 혼자 다한다. 그만큼 재주가 많다는 거다.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총 4권)’ 그 얘기를 나눠 봤다. 

◆집필동기는?
해보고 싶은 일과 관심사가 원래 많았다. 만화로 한번 해볼까 생각했었다. 유럽의 근대사   ‘라 벨르 에뽀끄-아름다운 시대’라는 책을 집필했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이야기인데 반응도 좋았다. 글로 쓰면 2페이지 써야할 것들도 한 컷으로 가능하기에 만화로 집필하게 됐다. 

◆만화까지 직접 그렸다
그림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미술반에서 활동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글과 그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운 작업이다. 그래서 만화로 한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써보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작업했다. 

신일용 작가/트래블데일리 DB

◆왜 동남아 인가?
먼저 동남아에 대해 관심이 많다. 현지 주재원으로도 있었지만 출장으로 워낙 많은 방문을 했었다. 
베트남 같은 경우엔 개방 초기부터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싱가포르에 주재하면서 홍콩을 비롯해 인근 동남아 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애정이 많다. 동남아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동남아 만만하게 본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굉장히 겸손한 사람들이다. 겸손하지만 가끔 우리나라 사람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본다.
우리는 앞으로 동남아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 앞으로 동남아 청년들이 한국에서 성공하는 게 꿈인 그런 나라가 돼야 한다. 중요하다.  

◆이미 진입 단계 아닌가?
아직은 아니다. 일본 같은 경우 최근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가서 성공하는 게 꿈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는 그런 게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돼야 할 시점이다. 

◆만화지만 내용 전개가 디테일하다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있다. “구라의 생명은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을 더 보완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고 내가 생각하는 정서와 맞닿는 이야기를 뽑았다. 그래도 가장 힘든 작업은 덜어내는 작업이다. 생각해 둔걸 다 쓰면 10권 이상이다. 디테일은 오히려 줄인 거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어떻게 봐야 하나?
일괄적으로 이야기 하기는 힘들다.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동아시아는 전형적인 유교 국가였다. 중국의 영향이다.
동남아시아는 굉장히 개방적이다. 동아시아가 단일한 문화라면 동남아시아는 다양한 문화다. 

◆지리적 요인으로 동아시아는 서구 열강의 영향을 덜 받았다. 
시간적으로 볼 때 동남아가 노출된 시간과 동아시아가 노출된 시간은 차이가 많다.
동남아시아는 아랍문화-인도문화-중국 문화에 노출돼 있던 시간이 천년단위다. 이같은 영향은 분명 있다. 

◆한국의 지정학적 배경이 어쩌면 좋은 면도 있지 않았나?
득인지 실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면이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폐쇄적인 나라였다. 
오죽하면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처음 와서 붙인 별명이 ‘Land of morning Calm'이라 했을까...하멜 표류기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일본은 해양국가라 비교적 교류가 있었다. 아울러 중국이라는 어떤 거대한 중력에 우리나라가 완전히 흡수됐고 일본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문제, 또 문화적인 문제 등 그게 득인지 손해인지는 확정할 수 없지만 굉장히 폐쇄적인 나라였음은 분명하다.

◆동남아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나?
그 사람들이 오늘을 이루는 문화는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복잡하고다양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무슬림이지만 태국이나 라오스는 전형적인 불교국가다. 서로 상반된 보이지만 그 지층에는 아랍문화와 힌두문화, 인도문화가 적층돼 있다. 그래서 그 다양성을 주목해서 봐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사람들의 오늘이 잘 이해가 안 된다. 

◆동남아 다양성은 있지만 독창성은 없어 보인다
싱가포르의 다양성은 동남아의 다른 나라의 다양성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왜냐면 다른 나라는 수천 년에 어떤 지층이 퇴적되면서 쌓여온 다양성이지만 싱가포르의 다양성은 만들어진 다양성이다. 
시간도 굉장히 짧다. 굉장히 인위적인 나라다. 영국 사람들이 농담으로 싱가포르는 ‘사형제도가 있는 디즈니랜드’라 부른다. 그래서 싱가포르 좀 논외로 해야 된다.

그 외 다른 국가들의 경우 영국 등 유럽 3개국의 지배를 받았는데 이 영향도 상당하다. 
오랫동안 아랍문화, 인도문화, 중국문화의 적층 위에 유럽 문화가 들어왔다. 

◆피가 섞였다.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중요한 지적이다. 사실은 우리가 어릴 때 단일민족이라고 배우는데 이는 허구다. 우리는 혈통적으로 단일민족이 될 수 없다. ‘단일문화’라는 건 맞다. 아무튼 우리에 비해 동남아는 너무 복잡하다. 
말도 다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큰 대분류를 해도 사용하는 말이 300개다. 
우리처럼 ‘단일민족’이라는 어떤 허위의식에 의한 역사의식이 없는 것이다. 

◆백인 유입이 유난히 많다. 이유는?
일단 북유럽 사람들은 ‘SUNNY’에 대한 환상이 있다. 
햇볕의 뜨거움 1년 내내 강렬한 태양이 있는 나라에 대한 환상이 있다. 
아울러 굉장히 불행한 일이지만  60년대~80년대까지 싼값에 매춘을 할 수 있다는 게 유럽 남성들을 끌어들인 요인이 됐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차기작이 궁금하다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미술이 왜 지금의 이 모습으로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거니까 결과적으로 역사다.  

◆동남아 여행 많이 간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그건 동남아 뿐 아니라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 대한 존중의 마음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어느 정도 좀 알려고 할 필요가 있다. 
유럽을 가면 어느정도 지적 호기심을 갖고 가는데 유독 동남아에 가면 그런 지적 호기심이 없이 가는 것 같다. 최소한의 지적 호기심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인터뷰 동영상 보기
http://youtu.be/mW-NGIRTylk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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