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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외고-그래도 여행은 해야 한다

기사승인 2022.10.30  21: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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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하 질병관리청 호남권질병대응센터장

원제: 바이러스와의 공존, 그래도 여행은 해야 한다

인간은 하나의 유행병이며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매개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도 그 개체 수가 70억을 넘어가며 개인의 이윤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탐욕스러운 동물이기도 하다.

자본주의가 자리 잡은 현대사회에서 마찬가지로 태연하게 일상으로 자리 잡은 그 원초적 인간의 욕망은 사실 다른 생명체에 비해서 월등하게 발전해 온 인류사의 원동력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우리의 끝도 없는 개발 욕망은 숲속에 있던 같은 생명체인 바이러스를 흔들어 자주 인간세상에 출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북한에서 가끔씩 불꽃축제라도 하듯이 동해상으로 쏘아 올리는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일상을 이어갈 정도로 담대한 우리 대한민국에는 사실 진작부터 경제적 위기, 외교적 난항 그리고 감염병이라는 삼각파도의 위기가 계속 몰려오고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감염병의 출현은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부담을 초래하는 일이다.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9개월간 홍콩을 시작으로 전 세계 26개국 이상에서 약 8500명의 감염자가 발생되고 이들 중 약 800명 이상이 사망한 SARS(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는 한국에서만 16억불 이상의 사회비용을 부담케 했다.
2015년 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발생으로 인한 국내 사회경제적 피해비용은 1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인 것이다.

SARS는 홍콩메트로폴 호텔의 숙박객, MERS는 싱가폴 호텔의 세미나 참석자들이 각각 SUPER SPREADER(대량전파자)로 지목되기도 하니 바이러스의 출현과 여행업계와의 관계는 매우 밀접해 보인다.
기후변화와 세계화에 따라 어쩌면 감염병의 발생주기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학자들의 경고를 더 이상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행객들은 아름다운 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때 좋은 추억과 사진만 가지고 가는 게 아니다. 발도 없는 바이러스는 그들을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2020년 1월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가 국내에 처음 발생했을 때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방역 당국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었다. 본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과 공포심을 갖게 되는데 그 당시 상황이 그랬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무력감은 모든 국민이 스스로 외출을 자제하고 모임을 취소하게 만들었다. 한편 비가 들이치고 있는데 언제까지 창문을 열고 있을 것인가? 하는 비난과 경제와 무역을 함께 생각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또 맞섰다.

2020년 1월 28일 중국 전체가 오염지역으로 지정되었고 3월 11일에는 세계적으로 팬더믹이 선언되었으며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입국승객들은 특별검역이라는 이름으로 격리되고 진단검사를 통해 통제되었다. 하늘과 바닷길이 닫혔으며 3T(추적, 검사, 치료)로 집약되는 한국 정부의 방역정책은 돋보였다.

하지만 이미 지역사회에 감염이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3T의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도 만만치는 않았다. ‘추적검사’ 중심에서 ‘치료’중심으로 대응체계를 조속히 전환해야 하다는 의견도 대등했었다.

굳이 방역 당국을 위한 변명을 하자면 과학자는 근거에 기반 해서 실제 일어난 ‘현상’을 중심으로 주장한다면 정책당국은 그 현상을 토대로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최선의 공익이 주된 가치가 되어 결정한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막바지에 이른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 가장 흔하게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우리도 가파르게 치고 빨리 끝냈으면 좋았을 걸... 공연히 거리두기와 마스크 씌우고 학교도 못 가게 하고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냐?”

격리와 검사가 아니 인구의 70%까지 자연감염을 통해 대응하자는 입장에서 던지는 말이다. 정책의 공과에 대해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굳이 말한다면 단순히 치명율을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 대한민국은 전파속도를 조절해 가면서 단 한 명이라도 살리려고 방역당국과 온 국민이 노력해 왔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우리가 최선으로 알고 있는 현대과학 역시 완벽하지 않다.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에 따르면 “과학이란 마치 길 건너편에서 열쇠를 잃어버리고 반대편 가로등 아래서 열쇠를 찾고 있는 술 취한 사람과 흡사합니다. 가로등 아래에 빛이 있기 때문이죠.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과학자들의 답변은 생각보다 쿨하고 단순하다.

“우리도 모른다. 다만 밝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질병이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적 삶의 조건인 것처럼 바이러스 역시 함께 공존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지구 최초의 생명체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재출현할 것이며 수없이 많은 변이를 통해서 생존력을 늘려나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COVID-19(코로나바이러스) 역시 향후 수년간 계속될 것이며 우리는 장기전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윤 창출에 있어서 바이러스의 숙주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행업계 역시 중장기적 전환플랜을 세워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바이러스와의 공존 시대에 걸맞게 여행업계도 발 빠르게 제반 사업구조와 행태를 변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제일 먼저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한 경영진의 명확한 인식이 중요할 것이다.

방역당국이 바이러스에 대한 조기탐지와 효율적 역학조사 그리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노력한다고 하면 여행업계에서는 조금 더 안전하고 건강한 여행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상품개발의 컨셉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감염병에서 보다 안전한 여행’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택해야 할 상품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다양한 선택지에 압박감과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더 나은 선택이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기대감은 지치는 일인 것이다. 사람들이 감염병을 피해 건강하게 보내고자 하는 그 단순한 열정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한 달 동안 프랑스 르와르의 천년 고성에서 와인을 즐기며 독서를 한다든지 키르키스스탄 어느 절벽 위에 동굴을 파고 못다한 숙면과 사랑을 즐긴다든지 멈춤과 쉼의 여행이 많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이러스와의 공존 시대!
변화된 관심과 트렌드에 맞추어 파격적이고 신선한 상품들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우리를 포함한 만물이 변화하는 것처럼 바이러스 역시 수없이 많은 변이를 거쳐 가며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디. 바이러스와의 공존시대...
그래도 여행은 해야 한다. 반 박자 빠른 드리블과 패스가 손흥민에게 골든부츠를 안겼듯이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에 달려 있다. 

◆박종하 질병관리청 호남권질병대응센터장
-프랑스 그르노블2대학 석사(DESS, 보건경제학)
-질병관리청 운영지원과장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사회보장조정과장

박종하 flukepar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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