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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왜 관광은 정치를 애써 외면하나

기사승인 2019.10.20  20: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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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업의 메카인 시청과 서소문 일대에서는 이제 평일과 주말을 구분치 않고 연일 쩡쩡한 스피커 소리가 난무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가공되지 않은 막말과 당장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 같으니 자신이 나라를 구해야겠다는 구국의 외침이다. 진실과 정의를 떠나 목소리 큰 자가 이기는 세상이며 강한 스피커를 가진 자가 정의 구현자로 평가 받는 세상이니 그럴만도 하겠다. 지나치건 모자라건 정치에 대한 관심이라 치부하는 게 좋을 듯 하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는 몰라도 좌우로 나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에서 으뜸임에 틀림없다. 타국가의 추종을 불허했던 일본 여행을 정치인의 한마디로 올 스톱하는 것 역시 정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의 표현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논리 그리고 선택에 따라 각 개인의 판단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흐름 또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유별라게 정치를 외면하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 관광업이다.

핑계 논리는 그럴싸해 보인다. 바로‘민간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지 지금의 일본과의 관계를 평하고자 함은 아니다. 정치로부터 시작된 국가 정책이나 전략 등 어떤 선택지가 주어지면 우리 관광업은 언제나 ‘관광교류는 민간교류’라는 애매한 명목으로 몸사리기에만 몰두해온 게 사실이다.

국가는 정치다. 정치로 국가가 존속되며 이어간다. 정치는 고상한 영역도 아니며 바로 우리들의 삶을 더 좋게 혹은 더 나쁘거나 불편하게 하는 매우 친서민적인 영역이며 민간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광업은 정치권의 판단은 철저히 외면하며 세상의 모든 종교적 이념, 정치적 이념, 경제적 이념을 뛰어넘어 오로지 민간끼리 잘 지내야만 하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는 듯 하다.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과연 관광업이 정치 영역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가?
완전한 자유로움은 고사하고 철저히 묶여 있는 게 관광이다. 우선 관광 인프라만 봐도 정치 논리, 정치적 판단과 전략 없이는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 이를 선택하고 결재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조직과 사람 역시 정치권이다. 단지 이를 누리고 즐기는 영역만 온전한 민간 영역이다.

각 행정부에서 기획하고 판단하니 이는 정치와 관계가 없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행정부의 권한 역시 정치적 논리에 갇혀 있을 뿐 아니라 미치는 영향 역시 크다. 우리의 현대사만 봐도 자명하다. 고속도로 건설, 공항 건설, 항공사 운영, 외교적 성과로 인한 항공 노선 결정, 비자 문제 등 따져보면 모든 결정은 정치와 직결된다.

중국 인바운드가 점차 회복하고는 있지만 이 역시 정치적 문제로 야기됐으며 작금의 일본 사태 역시 민간영역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정치 문제다.

혹자는 ‘관광업은 종합예술’이라 평한다. 세상의 모든 산업과 연결되는 매우 섬세하면서도 구체적인 산업 분야라는 얘기인데 정확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업의 하소연은 언제나 민간영역만을 외친다. 피해자의 프레임을 스스로 만드는 행위로만 보인다.

이같은 흐름이 오래다보니 관련 부처 수장은 언제나 비전문가 또는 당대 정권과의 친인사만 모이며 가끔 조금만 관련이 있으면 대단한 전문가가 오셨다고 환영 일색이며 난리법석이다.

비슷한 업종만 봐도 관광이 얼마나 정치를 외면하는지 알 수 있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스포츠, 문화 분야는 언제나 관광과 한 통속으로 묶이지만 그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스포츠와 문화 분야에 저명한 인사들의 한마디가 정치권을 움직이는 경우도 허다하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분야에 유리한 다양한 정치적 판단까지 이끌어 낸다. 이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평시에는 그저 순항 양처럼 따른다.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한 두 마디로 그친다. 그러다 최근의 일본 사태정도까지 오면 갑자기 ‘우리는 민간영역’을 외친다.

어떤 분야보다 정치에 대한 관심 그리고 간섭, 주장이 필요한 분야가 관광이다. 지금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제2, 제3의 일본 사태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한일 양국 대표의 대화가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어떤식이건 현 상황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 역시 정치 아닌가?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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