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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이집트 특집-두번째(▶)

기사승인 2019.10.13  22: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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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일강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거래

◆아스완-축복의 시작 ‘아스완’
①만든이 옮긴이 보는이 Abu Simbel / 필레(Philae).Temple
②나일강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거래 / Felucca to the Nubian village

◆룩소-신이 되길 원했던 ‘파라오’
③위대한 유적 이젠 인스타 명소로-카르낙 신전/ 룩소 신전/ 멤논의 거상
④왕들의 계곡/ 하트셉수트 여왕의 신전

◆카이로-이제 피라미드는 다른 시선으로 봐야 한다
⑤피라미드의 수호신 스핑크스와의 달콤한 ‘키스’


이집트는 나일강의 축복이다. 축복은 신이 내려준 대가없는 온전한 선물이다. 신의 축복은 일생에 한 두차례만 경험해도 기적이다. 하지만 이집트 나일강의 축복은 기원전 3000여년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니 어림잡아 5000년의 축복이다. 신은 분명 이집트를 사랑하고 있다.

아스완은 나일강의 출발점이다. 축복의 ‘출밤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스완 사람들의 나일강 활용법은 그야말로 다양하며 기상천외다.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다보면 말로만 듣던 사막이 흔해진다. 그래서인지 이집트에서의 공간 이동은 나일강을 통한 이동을 선택하는 편이 좋아 보인다. 시간은 포기해야하지만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답게 여러 가지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다.

나일강을 통한 이동수단은 역시 배다.
모터보트가 빠르긴 하지만 영혼을 갉아먹는 듯 한 엔진 소리 그리고 모터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으로 나일강의 낭만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 바로 ‘펠루카(Felucca)’다.

‘펠루카(Felucca)’는 돛을 달고 오로지 바람으로만 움직이는 돛단배다. ‘펠루카(Felucca)’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시작돼 중동 지역을 거쳐 유럽까지 전파됐다고 전해진다. 이집트의 경우 기원전 5000년경부터 사각모양의 돛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하지만 ‘펠루카(Felucca)’는 삼각모양의 돛을 사용한다.

이집트는 삼각을 좋아한다. 피라미드가 그렇고 ‘펠루카(Felucca)’의 삼각이 그렇다. 이집트 북쪽(고대 이집트에서는, 지도상 북쪽이지만 북이집트는 지도상 남쪽이며 남이집트는 지도상 북쪽이다.) 초록 벌판이자 이집트의 유일한 비사막지대인 ‘나일삼각주’가 그렇다. 나일강을 기반으로 한 ‘나일삼각주’로부터 이집트 대부분의 농산물이 나오니 삼각모양을 추앙할 만 하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종이 대신 사용해 온 ‘파피루스’ 모양 역시 삼각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펠루카의 돛은 가죽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 무게만큼 펠루카를 모는 뱃사공은 매일 고된 노동연속으로 낭만적인 뱃사공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고 쉬운 일은 아니다. 바람에 대항해 동력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가벼운 천조각으로 돛을 사용할 수는 없다. 돛의 크기 역시 어림잡아 세로 10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며 가로 5미터 이상은 넘어 보인다. 돛을 펼치고 접는 작업은 차지하더라도 바람의 방향에 따라 360도 회전을 수시로 해야 하니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나무재질인 펠루카에 앉자 뱃사공의 손길이 빨라진다. 꼼꼼하게 메어있던 돛이 펼쳐지자 배는 매우 느린 속도로 방향을 잡는다. 펼쳐진 돛의 양끝을 뱃사공은 배 한켠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방향은 좌우로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매듭이 맺어있다.
배 내부 좌우 양끝에는 승객을 위한 배려가 보인다. 방석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중앙에도 앉을 수 있도록 기다란 나무가 놓여있다. 배의 좌측과 우측을 구분해 주는 나무에 걸터앉자 뱃사공이 웃으며 일어나라 권한다. 다시보니 헝겊으로 덮여있다. 앉으면 안 되는 소중한 자리인 듯 싶다. 펠루카는 어느새 나일강 중앙을 떠다닌다. 뱃사공은 기다렸다는 듯 중앙 나무위에 덮여있던 천조각을 걷어낸다. 소중한 자리가 맞았다.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한 가득이다.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줄 알았지만 뱃사공은 아무말도 없다. 기념품의 품질에 자신있다는 반증이다.
무엇보다 다른 관광지에 득실거리던 장사꾼의 정신없는 영업방식이 마음에 안들었던 차, 조용한 펠루카에서는 기념품에 더 집중할 수 있으며 가격에 대한 궁금함 그리고 흥정까지 여유롭게 할 수 있다.

‘은밀함’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비밀스럽게 무엇인가 부정적인 행위를 하는 듯 한 뉘앙스지만 나일강 펠루카에서의 이와같은 거래를 두고 ‘은밀한 거래’라는 표현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은 없다.

멀리 어린 두 명의 소년이 나일강에서 서핑을 즐긴다. 서핑이라기보다 나무판자 위에 앉아 손으로 노를 저으며 유유히 나일강을 떠다닌다. 위험해 보이지만 파도도 없고 물살은 느리니 즐겨볼 만하다. 이렇게 아스완의 소년들은 나름의 놀이방법이 있었다.

팔로 노를 젖는 모양새나 속도가 꽤나 빨라 보인다. 그 속도로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속도를 높이며 펠루카로 접근한다. 저 속도로 필자가 타고 있는 배로 계속 오면 분명 해상 사고다. 불과 몇 초 동안 복잡한 생각이 순식간에 떠오른다. 불길한 예감처럼 두 소년은 펠루카에 다다른다. 순간 펠루카의 난간을 솜씨좋게 잡아챈다. 그러자 그들이 타고 있던 서핑과 두 소년은 펠루카의 속도에 맞춰 함께 움직인다.

아직 미소년이다. 똘망똘망한 눈동자, 구리빛 피부, 이미 두 소년은 표정에서 한 수 위다. 알아듣지 못할 몇 마디를 건네더니 박자만 겨우 맞는 노래를 부른다. 다른 승객은 이미 알고 있던 듯 소년들의 노래가락이 끝나자 약간의 돈을 건넨다. ‘은밀한 거래’였다.
소년의 표정과 눈빛에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적선’의 심정보다는 ‘동정’의 마음보다는 노래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한 끼 푸짐히 먹을 수 있는 밥값정도를 건낼 수 밖에 없다. 대단한 비즈니스 능력이며 영업 능력이자 ‘은밀한 거래’다.
나일강에 떠다니는 펠루카는 눈에 보이는 가시권에만 수십척이다. 두 소년은 어쩌면 부자일 수 있겠다.

이번에는 커다란 모터보트가 펠루카로 다가온다. 밀항하듯 모터보트로 환승하면 펠루카는 다시 정박지로 떠난다. 그리고 모터보트는 속도를 내며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기를 30여분 멀리서 시끌 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낙타들이 떼로 몰려있다. 이를 관리 하는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많다. 한때 희귀한 전염병의 온상으로 알려져 한국인에게는 미운털이 박힌 낙타다. 하지만 여물을 씹어먹는 그들의 모양새는 웃음을 자아낼 만큼 귀엽다.

아스완에서의 낙타 체험은 그렇게 시작된다.
낙타의 모양새는 모든 낙타의 어미와 아비가 같다고 느껴질 만큼 똑같다. 라이딩을 위한 낙타 고르기의 핵심은 안장의 디자인이다. 화려해 보이는 안장 또는 단순하지만 무게감 있어 보이는 안장 등 형형색색이다.

낙타 라이딩 자체의 흥미로움보다 이동 중 눈에 보이는 광경이 절경이다. 앞으로 옆으로 뒤로 함께 이동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 탄생을 영접하러 나서는 길과 같게 느껴진다. 수십일 물 한모금 안마셔도 생존가능하다는 낙타지만 앞으로 뒤로 이동하는 중 암컷과 수컷의 이른바 썸타는 녀석들의 장난질은 낙타 역시 생물임을 깨닫게 한다.

그렇게 30여분 이동하면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된 전통 마을인 '누비안(Nubian)' 마을에 도착한다.

타고 온 모터보트는 이미 작은 선착장에 대기 중이며 낙타와의 이별을 고한 후 누비안 마을 체험이 시작된다. 체험이라 할 것 까진 없지만 맨발로 뛰노는 마을 아이들의 천진스런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전통 마을답게 현지인들의 언어는 이집트인 조차 알 수 없단다.

하지만 각종 기념품을 파는 마을 주민들은 장사를 위해 영어는 물론이며 지금 당장 한국에 와서 살아도 굶어 죽지는 않을 단어 ‘빨리빨리’와 ‘싸요’ ‘좋아요’ 정도는 어렵지 않게 구사한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부르는 게 값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사는 이가 부르는 것이 최종 가격일 수 있어 10달러 가격이 1달러까지 내려가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

누비안 마을은 예쁘다. 특히 저녁노을이 지고 마을 골목골목 가로등이 켜지면 작은 동화 속 마을 같은 분위기다. 잠시 아프리카 대륙의 이집트, 아랍의 이집트를 잊게 할 만큼 아기자기한 공간이다.
때때로 낙타의 배설물 냄새가 풍겨오지만 가깝에 흐르는 나일강의 냄새로 인해 이마저 쉽게 희석된다.

나일강의 또 다른 축복이다. 그리고 아스완의 축복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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